1.
인기있는 원작을 가진 작품은 괴롭다. 잘해도 본전, 못하면 원작팬들에게 힐난을 받으니까. 그래도 끊임없이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가 나오는 걸 보면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2.
만화책 꽤나 읽었던 소싯적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장여자의 러브스토리가 얼마나 진부한 소재인걸 안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야기에는 적절한 밀당이 필요한 법. 누군가는 사랑이 시작되기 전 두근거림을 중독처럼 여기기도 한다던데 이 이야기 구조야말로 끊기 힘든 모두의 염원이 아닌가. 게다가 시대를 달리한 '시대극' 남장여자라니.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진부함을 유쾌하게 눈감아 줄 의향이 있다.
3.
이제 이미 서점에서 '인증'된 원작을 효과적으로 구현해야할 시간.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단박에 드라마가 다른 노선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간파했을 터.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이 다를 뿐 정거장과 종착역이 같다는 것도 안다. 이야기 하는 방법에 있어 소설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르다. 전체적인 구조를 흩트리지 않고 좀 더 집약적이고 갈등적인 요소를 부각시켜야 한다. 때문에 소설에서 나긋했던 텔링기법은 빠르고 디테일 해졌으며 인물들이 풍부해졌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르게 각색한 부분이 재미있기도 하다. 그게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회차를 거듭하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지만.
4.
소설에서 좋은 이야기의 소스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려면 작가의 글솜씨가 중요하다. 드라마에선 배우의 연기가 사람들을 설득시킨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원작 인물들과 출연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화제가 되었는데 문제는 주인공인 '이선준' 역에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믹키유천'이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기대한 사람들이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는데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원작에서는 젠틀맨이었던 선준의 캐릭터가 대폭 수정되어 약간 딱딱하고 차가운 남자가 되어버린 선준에게 다소 굳어있는 '신인' 연기자의 얼굴은 어렵지 않다. 또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믹키유천의 얼굴 선과 발성등이 꽤나 연기와 잘 어울렸다는 점일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선준이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표현하려면 좀 더 풍부한 표정연기가 필요할텐데 지금 굳어있는 얼굴이 단지 몰입된 연기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5.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의 포인트는 등장인물들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와 우정이다. 또한 그 감정을 바탕으로 한 시대에 대한 해학도 필요하다. 주인공도 악역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중심을 지키되 사랑으로 골인되는 선준과 윤희 감정도 충실해주길 바란다. 2회까지 본 감상은 '무리없다' 이지만 그 끝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 지켜보자. 그게 시청자의 법도일테니.